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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인듯 아닌듯 식집사 일기

레몬나무 사기당한 썰

by coffeeeo 2025.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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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레몬을 좋아한다. 정확하게는 시트러스 계열은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편이다.
중학생 때부터 마트에서 파는 레몬 씨앗을 발아시켜 키우기도 하고 (열매는 결국 못 봤지만) 자몽, 유자, 탱자 등 씨가 보이는 족족 죄다 발아를 시도했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편하게 나무를 종류별로 구매할 수 있지만, 약 15-20년 전 당시에는 식물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기도 어려웠고 구한다 해도 종류가 많지 않았다. (물론 용돈도 없었..)
꼭 어른이 되면 돈을 많이 벌어서 나만의 비닐하우스를 짓는 게 당시 내 큰 꿈이었다. ㅎㅎ
이런 마음은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해서 나무들만 보면 늘 욕심이 난다.
 
그러다 작년 늦여름쯤 왕 레몬나무를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는 온라인 스토어를 발견하고 한 그루를 주문했다.
이제 레몬을 집에서 키워 재배해 보겠다며 채광 좋은 자리를 만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 끝에 나무가 도착했다.

신문지에 싸인 오렌지레몬나무
왕 레몬나무라고 받은 것

 
일단 나무가 싱싱했고 기대도 안 했던 열매까지 다섯 개가 맺혀있어 너무 좋았다.
나무도 시트러스 계열 나무 형태라 이때까지만 해도 레몬나무가 아닐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노랗게 익어갈 레몬을 기대하며 비 오면 습할까 가을이면 건조할까 애지중지 관리를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열매가 노란색이 아니라 주황색으로 익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살짝 멘붕이 왔다.
 
결국 열매는 모두 익어서 주황색으로 변했고 이때까지만 해도 희망을 품고 있던 나는 열매 한 개를 잘라 확인해 봤다.

오렌지레몬을 반 자른것

냄새도 색상도 모두 레몬은 절대 아니었고 향은 오렌지, 맛은 오렌지와 레몬을 섞어둔 맛이 났다.
폭풍 구글링 후 찾아낸 오렌지레몬나무,,, 관상용으로 주로 쓰인다고ㅎㅎㅎㅎㅎㅎ
상당한 당황감과 실망감, 차오르는 분노게이지를 누르며 판매자에게 연락했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본인들도 몰랐다."
??????????????????????????????????????????????????
내 예상에서 한 참 벗어난 답변에 황당했는데 그 후가 더 가관이었다.
"돈을 추가로 내면 진짜 레몬나무를 보내주겠다." (뭔 개똥 같은 소리인지)
말을 더 섞으면 기분만 상할 것 같아서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았다.
여전히 그 판매자는 계속 팔고 있고 후기를 보면 모르는 사람이 사는 것 같은데 랜덤으로 받는 건가 싶기도 해서 신고를 따로 하지 않았다.
나무만 보면 속상하지만 나무는 죄가 없으니 키우고는 있는데 볼 때마다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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